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이 5일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이념을 혁신하거나 써클을 하던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때”라고 충고했다.

토론회는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신관 소회의실에서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박원석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통합진보당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의 재구성”를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이 자리에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김근식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교수, 천호선 통합진보당 전 대변인, 김종철 한겨레신문 정치부선임기자, 이창언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교수,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김혜정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박경순 통합진보당 진보정책연구원 부원장, 박숙경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가 참석했다.

정 원장은 “이념은 고정돼 있는데, 조직이 커져버리니 이것이(이념이) 맞지 않게돼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말했다.

정 원장은 “차라리 옛날처럼 조용히 작은 집단으로 남을 거라면 상관없지만, 대중조직이 되고 집권을 하겠다고 말하려면 큰 문제가 된다”며 “사실 제가 보기에는 (진보당이)집권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지만, 진짜 집권하고 싶다면 말투를 바꾸는 걸 넘어서서 이념에 대한 혁신과 정세, 현실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원장은 토론에 앞서 발제문을 통해 “특정 정파 뿐 아니라 통합진보당 전체, 나아가서 진보세력 전체가 80년대 운동의 유산을 성찰해 이어받을 것과 버려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며 “결사, 붉은 머리띠 등 대중에게 위화감을 조장하는 요소는 버려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과거의 것들이 새로운 주체 형성을 가로막는 측면이 분명히 있고, 그것이 우리 당에도 존재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80년대를 낡은 것으로 얘기해버리는 것은 위험하다”며 “진보정치가 지금까지 치열한 문제제기를 해왔다. 단지 대중정당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부분에서 실패했던 것이지, 마치 그 문제제기가 잘못된 것인 마냥 호도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해왔던 소중한 문제 제기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변화시켜서 새로운 진보적 과제로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한다”며 “진보세력의 희생을 바탕으로 오늘을 만든 것인데, 이것을 매도하는 식의 흐름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천호선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변인은 “우리는 지금 80년대에 내세웠던 자주‧평화라는 과제뿐만 아니라 더 많은 대안을 내세워야 한다”며 “이 문제는 100년 뒤에도 남아있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숙제와 가치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해결하는 방법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천 대변인은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가치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자주‧자유라는 가치에 생태‧환경까지 연결시켜, 과거의 것이 복잡해지고 새롭게 문제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새로운 시대에 맞게 재조명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대들이 우리가 70, 80년대 생각했던 통일을 원하겠느냐”며 “통일이라는 가치 그대로 남아있지만 전략, 접근 방식 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정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조중동 프레임 이런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며 “중요한 것은 조중동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 멘붕사태에 빠졌다는 것이다”고 일갈했다. 김 총장은 “우리는 거기서 얘기하는 거 다 안다. 반복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김 총장은 “실제로 대중정당이라면 시대적 흐름을 읽고 선도적 역할을 하는 게 대중정당의 역할인데 통합진보당이 보여준 것은 과거의 원칙에 억매여서 전선식‧집단적 사고 방식, 패권적 발상이다”며 “가장 중요한 것이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문제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서 지루하고 구태의연하다. 그래서 변해야 한다”며 “다양성 인정하고 유연성 있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객석에는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과 권태홍 공동집행위원장, 이정미 대변인, 심상정·노회찬·김제남 의원 등이 참석해 경청했다.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