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걸고 넘어져야 이목을 끌 수 있는 건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박사모)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표를 겨냥한 잇따른 여야 정치인들의 ‘비난’에 감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
최근 한나라당 일부 친이계 인사들은 당내 개헌움직임에 ‘침묵’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강명순 의원의 발언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빈민운동가 출신의 강 의원은 지난 9일 열린 한나라당 개헌 의원총회에서 “유신헌법으로 고생한 사람들에게 사과하는 의미에서라도 유신시절 호의호식한 박근혜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나와 남편은 빈민운동을 하느라 고생했는데 박 전 대표는 청와대에서 잘 먹고 잘 지냈으니 나는 빚 받을 게 있다. 박 전 대표가 맞춤형 복지를 하려면 아동복지 부문에서 헌법을 개정해야 빚을 제대로 값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 내 ‘대선주자 라이벌’인 정몽준 전 대표도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듯 “한심한 것은 어느 유력한 대통령후보라는 분이 ‘왜 내가 반대하는데 내 동의 없이 논의하느냐’고 이야기하면 참 답답한 이야기”라며 “정 그러시다면 개헌이 돼도 그 적용은 차차기에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개헌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은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개헌을 위해서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 나는 다윗이고 나의상대는 골리앗”이라는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이에 골리앗은 박 전 대표가 아니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같은 친이계 인사들의 발언에 박사모 홈페이지는 이들을 비판하는 글들로 달아올랐다.
특히, 박 전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강 의원에 대해서는 “지금 개헌과 유신과 무슨관계가 있는지? 강명순의 황당한 논리는 수준 떨어지는 저급발언”, “비례대표1번 상징성이 아깝다” 등의 원색적인 비난이 줄을 이었다.
또한,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호의호식 했다면 강명순은 빈민을 팔아 국회의원이 된 것 아닌가?”, “평생 권력을 찾아 헤매다가 이명박 품으로 안긴 사람” 등의 감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박 전 대표에 대한 비난 발언 이후 강 의원의 홈페이지는 11일 오전까지도 접속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격분한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몰려든 탓으로 보인다.
이 장관에 대한 비판도 눈에 띄었다. 한 회원은 “정권 실세란 자가 다윗이라...지나가는 소가 웃겠다”고 촌평했으며 “(개헌말고) 산적한 민생문제나 해결할 생각이나 하라”는 반응도 보였다. 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차차기에 실행해도 된다면 차기 박근혜 집권 초에 하면 될 것 아니냐”며 “친이들은 모이기만 하면 박근혜 죽이기 워크샵만 하냐”고 날을 세웠다.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 준비위 발족식에서 박 전 대표의 복지정책을 ‘사이비 복지’로 규정하면서 “힘으로 강탈한 재산을 국가와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독설을 퍼부은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박사모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정 최고위원의 발언을 ‘대권후보 포기선언’이라고 칭한 회원이 있는가 하면 “정세균의 작전을 보니 웃음이 나와 돌겠더라”는 반응도 나타났다.
한 회원은 “복지도 박근혜를 걸고 넘어지지 않으면 이슈가 되지 않고 개헌도 박근혜를 잡고 늘어져야 그나마 이목을 끌수 있는 모양이다. 구제역도 박근혜, 신공항 건설도 박근혜, 과학벨트도 박근혜, 도무지 박근혜란 이름을 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어떤것도 말이 되지 않는 그야말로 박근혜 유일 세상”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회원은 이어 “성별, 나이, 계층, 구별 없이 박근혜를 걸고 들어가야만 그나마 이빨이 먹혀 드는 게 현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며 “박근혜의 지지자로서 기자 회견 한 번 하지 않고 TV에 얼굴 한번 내밀지 않는데도 이렇게 반대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박근혜, 박근혜’ 해주는 것에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오 장관은 11일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 전 대표도 개헌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기회가 되면 박 전 대표를 만날 생각이 있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라디오 21.문용필 기자>
하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