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음주뺑소니 사망사고를 일으킨 인물을 기상청장에 임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동기, 김태호, 신재민, 이재훈 내정자 등 그간 수차례 결격 인물을 인명해 파문을 일으켜온 이명박 정부가 5년 이상의 형에 해당되는 중범죄자를 정부부처 수장으로 인명한 것이다. 청와대가 기본적인 전과조회조차 하지 않았던가 알고도 임명했다면 도덕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기상청장에 방송사 기상전문기자를 지낸 조석준(57)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지속경영교육원장을 임명했다. 조 청장은 ‘우리나라 기상 기자 1세대’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음주운전 뺑소니 사망사고 전력이 뒤늦게 밝혀졌다.

11일 동아일보 인터뷰에 따르면 조 청장은 1984년 6월 KBS 기상전문기자로 근무하던 당시 음주 운전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행인을 사망케 했다. 조 청장은 6월 어느날 저녁 직장 동료들과 서울 여의도에서 술을 마신 뒤 자정 무렵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조 청장은 집으로 가던 도중 무언가에 부딪히는 느낌에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폈지만 술에 취한 데다 주변이 어두워 별다른 조치 없이 강서구 화곡동 자신의 집으로 귀가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경찰이 집으로 찾아왔고 “교통사고로 사람이 숨진 현장에서 당신의 자동차 검사필증이 발견됐다”며 조 청장을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조 청장은 “술에 많이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뭔가에 분명히 부딪힌 것은 맞다는 생각에 조사에 응했고 결국 음주 뺑소니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구한 뒤 피해자 가족과 합의했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조 청장은 “당시 500만 원 정도를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금으로 줬다”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가 이를 알고도 조 청장 임명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인사검증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파악했으나 조 청장의 뉘우침을 직접 듣고 선임키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미 알고 있었고 본인소명도 받았다”며 “본인이 소명을 했으니 참고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뺑소니 사망사고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 중범죄이다. 27년 전의 일이지만 음주운전 경력으로도 퇴출 받아 마땅한 사람을 정부부처 수장에 임명한 것이다.

야당은 “신임 조석준 기상청장은 사퇴하고, 청와대는 인사검증 시스템을 즉각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미경, 정동영, 홍영표, 홍희덕 의원은 성명에서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어야할 고위 공직자로 중대 범죄를 저질렀던 경력자를 임명하는 도덕불감증을 또다시 보여줬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기준 강화 등 법제도의 발전 수준을 따라오기는커녕 27년 수준으로 되돌렸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청와대는 앞으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던 경력이 있어도 시간이 경과하고 반성했다고 말하면 전부 공직자에 임명할 것인가”라며 “근본적인 인사검증체계의 바꾸라”고 촉구했다.

야당 의원들은 또 “신임 조석준 청장은 스스로 진정 뼈아픈 반성을 했다면 아예 공직자의 길로 나서지 말았어야 했다”며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조 청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조 청장의 뺑소니 살인 경력은 이날 주요 포털 사이트의 인기검색어에 오르고 트위터와 해당 기사에 댓글이 쏟아질 정도로 시민들을 경악하게 하는 공분의 대상이 됐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트위터에 “MB정권 공직자 비위의 범위가 파렴치 범죄로까지 확장됐다”고 맹비난했다.

시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이건 전과조회 만으로 간단히 확인이 가능한 일인데도 청와대와 본인은 왜 그랬을까요. 시민을 화병환자로 만들기로 작정한 거죠?”, “임명된 놈들마다 범죄 메뉴도 다양. 고위공직자 인사형태로만 보면 벌써 뒤집혀도 몇 번은 뒤집혔어야 할 정부”, “27년 전이니 죽이고 도망간 걸 용서하자? 그럼 전두환도 용서하자”, “현정권에 고위직 되려면 전과 하나쯤은 필수인가? 위장전입, 투기, 탈세는 그냥 애교였구먼”,

“위장전입, 탈세, 투기, 병역미필에 이제는 살인자까지...에헤라디야~”, “법의 준엄성과 삶의 도덕성을 가장 중시해야할 국가 공무원이 이런 중한 죄를 짓고도 선처를 받는데 이 나라 공무원이 철밥통 챙기려는 공무원 아니고 뭔지...”, “만취 후 사람치어서 죽게 하고 뺑소니까지 한 분이 고위 공무원직에 임명되는 것이 괜찮다는 논리가 어처구니가 없는 건 나만 그런가?” 등 이명박 정부의 도덕불감증에 분노를 쏟아냈다.

<라디오21 민일성 기자>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