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핵심 문건 확보하고도 물타기ㆍ버티기 ‘점입가경’

억울한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 장자연씨의 사건이 2년 만에 ‘환생’했지만 편지 진위여부 논란으로 제동이 걸렸다. 2년만에 돌연 귀국해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건도 검찰이 2009년 ‘안원구 문건’을 확보했지만 소환조사를 미루며 ‘버티기’를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BS가 장씨의 자필 편지를 단독 입수해 연일 보도하면서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경찰은 철저한 수사가 아니라 편지 진위 여부에 초점을 맞추면서 여론을 확산시키려는 모습이다.

분당경찰서 황경환 분당경찰서장은 6일 네티즌들의 논의가 활발한 다음토론방 아고라에 긴급하게 글을 올리고 “해당 편지의 작성자가 고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사안이므로 편지 확보를 통해 진위여부와 사실관계 확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분당경찰서는 KBS <뉴스9>과의 인터뷰에서도 “(문건이)지인들 통해서 간 것 같다. 자신이 직접 준 건 아니다. (장자연 씨가) 면회 왔다는데 기록에도 없다”며 편지의 진위에 의구심을 표했다.

“쉼표 제대로 못찍어 의혹공화국 만들어”

3사 공중파도 보도 관점에서 엇갈렸다. SBS가 장씨의 폭로 내용과 경찰의 부실 수사에 초점을 맞춰 연일 보도하는 가운데 KBS와 MBC는 장씨의 편지 내용은 짧게 언급하고 편지의 진위 여부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경찰 입장을 자세히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2년 전 장자연씨 사건에 이같이 여론의 관심이 폭증하는 이유는 편지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여론은 미종결 사건으로 본다는 점이다. 부실수사, 눈치보기 수사 의혹을 남기고 무리하게 사건을 종결한 경찰이 좌초했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상에 이미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한 장자연 리스트에는 거대 언론사 사장 뿐 아니라 대기업 회장, 방송사 PD, 금융기관 관계자,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 등 사회 권력 핵심층이 총망라돼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수사당국이 눈치보기식 은폐 수사를 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해왔다. 실제 검찰은 장씨의 매니저였던 김 모씨와 유 모씨만 폭행과 명예훼손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유력 인사들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무려 41명의 경찰 전담수사반이 40일 동안이나 고강도 수사를 벌인 끝에 종결한 사건이 또다시 대한민국을 의혹 공화국으로 만들고 있다”며 “경찰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도 제대로 찍지 못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경찰은 “문건의 진위여부 판단이 우선”이라며 “진짜로 확인되면 그때 가서 재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며 “‘G20정상회의 의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대한민국 경찰이 언론사의 편지제출만 하염없이 기다리겠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이미 해당 방송사는 공인전문가에게 의뢰해 장씨 필체라는 결과를 얻었다는데도 경찰은 ‘편지 제보자는 교도소에 수감된 인물로 연예계 소식에 편집증적인 집착을 보이는 우울증 환자’라며 친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며 “편집증적 우울증 환자라면 병원에 있어야지, 왜 교도소에 있겠는가? 또한 수감생활을 하는 사람이 장자연씨 필적을 어떻게 조작하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대변인은 “갈수록 요지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장자연씨 사건수사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며 “이 정도의 수사력으로 경찰은 어떻게 수사권독립을 요구하나?”라고 맹질타했다.

“1년전 ‘한상률 의혹 문건’ 확보하고도 묵살”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도 검찰이 1년전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구속중)을 구속 수사하면서 일명 ‘안원구 문건’을 입수했지만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7일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2009년 11월 20일 검찰(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이동열 부장검사)는 안 전 국장을 구속하면서 ‘중요한 자료들’을 입수했다. 안 전 국장이 국세청 윗선들이 벌인 표적감찰과 사퇴압박뿐만 아니라 ‘한상률 의혹’에 관한 내용까지 들어 있는 문건으로 이 자료들은 안 전 구속된 직후 민주당에도 건네졌다. “검찰은 안원구 문건의 입수를 통해 ‘한상률 의혹’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노컷뉴스>는 7일 이러한 한 전 청장과 전직 검찰 고위간부의 거래 의혹을 보도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이 적힌 ‘안원구 문건’을 최근 입수했다고 해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보기). 이어 “하지만 취재 결과, 검찰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며 “검찰은 안 전 국장을 구속하던 2009년 12월 관련문건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문건을 확보하고도 한상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검찰의 정권 눈치보기요 한상률 봐주기 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 대변인은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태광실업 세무조사 및 정권 실세 로비 의혹,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문제 의혹에 대해 ‘안원구 문건’ 전반에 대한 반드시 철저한 수사로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불신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전 대변인은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에는 바로 특검과 국정조사를 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영 대변인도 “검찰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정말 의문이 간다”며 “앞으로도 얼렁뚱땅 수사로 의혹들을 은폐하려 한다면 검찰 또한 국민의 심판대상이 될 것”이라고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2월 초 한상률 전 국세청장 를 부실수사와 수사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선정하고 그 책임자들의 실명을 공개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전담사건으로 ‘노환균 지검장 - 윤갑근 3차장 - 최윤수 부장’이 핵심라인이었다.

참여연대는 “전군표 전 국세청장 부인의 폭로, 한 전 청장의 지시로 그림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기관의 진술,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 부인의 ‘인사로비설’ 녹취록 공개 등이 있었지만 검찰의 의혹의 중심에 있는 한상률에 대해 강제소환하지 않고 있다”며 “올 때까지 기다리는 소환조사 미루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라디오21 민일성 기자>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