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세기 에피루스의 왕 피루스는 로마와 ‘아스쿨룸’이라는 곳에서의 전투에서 그의 신무기격인 코끼리와 병사의 대부분을 잃고 승리했지만 희생이 너무 커,이후 덕이 없는 희생이 너무 큰 승리를 일컬을 때 ‘피루스의 승리’라고 불리우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지식 엑스포에서 명강의를 했던 누리엘 루비니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학자이자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이다.

루비니 교수는 그의 저서‘위기경제학’에서,“위기란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며,다양하고 중요한 경로를 통해 자본주의라는 유전자속에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루비니교수는 2006년 헤지펀드와 투자은행이 무너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했고,2008년 그의 예견이 적중해 베어스턴스는 기억 너머로,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고,또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케리카에 합병됐으며,모건스탠리와 골드만 삭스는 강제 구조조정 돼 은행지주회사로 바뀌었다.

루비니 교수는 ‘위기경제학’에서 정책입안자의 결단력이 경제를 좌우 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문을 닫아야 할 기관은 문을 닫아야 한다”했고,또 미국 이스턴 에어라인의 사장 프랭커 보먼은 80년대 초 “파산없는 자본주의는 지옥없는 기독교와 같다”며 지불능력 없는 기업이나 은행들이 좀비처럼 세금을 축내고 심지어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음을 꼬집어 정부의 과단성을 요구한 대목이다.

최근 통영시의 경우를 비교해 본다면,열악한 재정자립도에 비해 400개가 넘는 방대한 사업을 도마위에 올려 놓고 있다.

급기야 200억이 넘는 기채를 발행했고,400억이 넘는 부채를 안고 년간 500억이 넘는 공무원 임금을 지불하고 있다.

통영시의 주요 사업을 살펴보면,전임 시장 재임기간 중 발주하거나 입안한 사업이 90%를 넘는 실정임에도 과감하게 청산하거나 철회하는 사업은 드물게 나타나고 있다.

전임 집행부에서 ‘벌려놓고 보자’는 식이었다면,현재 집행부에서는 포기해야 할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고,힘을 실어야 할 사업엔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해야 할 것이다.

정책입안자나 사업부서의 수장들이 도마위에 올려 놓은 식재료를 어떻게 사용해 요리를 할 것인가를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가령 케이블카 주차장부지와 인근부지를 대상지로 ‘파크랜드’조성사업에도 100억이 넘게 투자 될 예정지만 ‘식상한 사업’‘주차면적 부족’등의 문제로 시민들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원수자체가 말라붙어 사업성이 결여된‘정량천 북원사업’에도 국비가220억 이나 투입돼 원안대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사업들 대부분에 시비가 일정비율로 투입되야 하지만,중앙부처 예산이 내려온다는 이유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진됨으로 해서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고갈시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시는 관내 19개 도서관 및 문고를 운영중이지만 올해 예산에서 ‘도서구입비’총예산 천만원에서 50%를 삭감한 500만원 만을 집행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집행부나 의회에서 일반서적 한권 값이 얼마인지 조차도 모르는 졸속한 처사며,도서관이나 문고에서 아동돌보미 등 다른 사회사업 역할을 수행함으로서 보육시설,청소년 선도,인재개발사업 등 사회간접예산을 얼마만큼 줄여 주는 지 파악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마른 수건도 짠다”는 심정으로 재정자립도를 높여 가겠다고 말했지만,전임 집행부의 방대한 사업의 과감한 수술과 오히려 예산을 증액해 다른 사업부분에서 몇배의 절감 효과를 유발시킬 수 있는 사업을 선별해야 할 것으로 시민사회는 지적하고 있다.

거가대교 개통과 조선산업의 불황탈출,스포츠,문화,예술의 마케팅화와 수출호황 등의 호기를 맞고 있지만,정책입안자의 과단성이 없는 한 ‘피루스의 승리’처럼 혹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