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이 '조중동방송의 직접 광고 영업 금지'를 포함하는 방송광고판매제도 법안(이하, 미디어렙)의 제정 촉구, 2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규탄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민주당 당대표실 불법도청사건 및 미디어렙법 처리지연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강자독식 정책 때문에 나라가 갈기갈기 찢겨졌다. 정부여당이 진정으로 공정 사회를 원한다면 미디어렙법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며 "미디어렙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중소 언론들은 죽고, 큰 언론사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며 결국 우리 사회는 병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표 민주당 대표는 "한선교 의원은 참 뻔뻔하다. 사상 초유의 사태인 불법도청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도 문방위 간사, 법안심사소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고 요리조리 피하는 탓에 미디어렙법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8월 국회에서 미디어렙법이 시급하게 처리되길 바란다"며 "만약 처리되지 못한다면 우리 언론계는 약육강식의 정글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정배 민주당 불법도청진상조사 위원장은 "미디어렙법이 제정되지 못한다면 힘센 광고주와 재벌들에 의해 언론이 장악될 것이다. 종편과 같은 힘센 방송사들은 기업에 횡포를 부릴 것이며, 소수의견을 대변하는 중소 언론들은 빈사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나라당을 향해 "정말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미디어 다양성을 지키고 싶다면 당장 미디어렙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끝내 거부한다면 언론인들을 비롯해 양심있는 시민들과 함께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규탄대회에 참석한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인들이 미디어렙법의 조속한 제정을 요구하는 것은 이 나라가 더 이상 망가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광고판매대행사를 통해 광고를 판매해야 한다는 것은 세계 언론의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조중동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며 "스스로 '찌라시'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조중동은 오세훈 시장의 눈물을 클로즈업하고, 25%의 투표율이 '승리'라는 궤변을 내놓고 있다"며 "몇 달 이후 4개의 종편이 본격 출범하는데 이제 많은 이들이 조중동 신문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조중동 방송뉴스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도청 사건과 관련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심증은 있으되 물증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비판 의견도 이어졌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조현오 청장의 발언에 대해 "과연 대한민국의 경찰 수장이 할 말인가? 대한민국 경찰이 이렇게 수사능력도 없으면서 어떻게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느냐"라며 "도청을 누가 저질렀는지 이미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 대한민국 경찰의 권위와 자존심을 위해서도 경찰이 도청의혹에 대해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KBS를 향해 "민주당이 KBS를 무서워해서 도청 사건을 어물쩍 넘어갈 것이라고 보았다면 어림도 없다. 국회의원의 자존심 때문에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보자며 공갈 협박 행위를 한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규 KBS 사장을 향해서는 "이미 도청 사건에 KBS가 직접적으로 관계돼 있음을 만천하가 다 알고 있다"며 "도청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라"고 요구했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영국에서는 도청 사건 때문에 신문이 폐간됐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범죄 사실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이명박 정부, 검찰, 경찰이 (녹취록을 제시한) 한선교 의원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현오 청장은 '심증은 있으되 물증은 없다'고 했는데 한선교 의원이 문방위원회 공식 회의 도중 흔든 녹취록이 물증이 아니라면 무엇이 물증이 될 수 있는가?"라며 "수신료 비공개 회의를 전후로 한선교 의원 보좌관과 KBS 기자 사이에 수 차례의 통화가 이뤄진 것이 물증이 아니라면 무엇이 물증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천정배 민주당 불법도청진상조사 위원장은 "경찰이 수사만 제대로 한다면 물증을 잡을 수 있다. 최초로 녹취록이 작성된 이후 해당 녹취록을 전달받았을 만한 사람의 컴퓨터를 압수수색하면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제1야당 수뇌부의 회의 내용을 몰래 빼내어 권력자에게 넘긴 것은 심각한 형사범죄이자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며 "민주당은 도청의혹의 책임자를 끝까지 찾아내어 처벌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집행부를 비롯한 200여 명의 조합원은 25일 오후 국회에 방문해 국회의원 측에 미디어렙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미디어스 제공>

통영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