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전문가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국회 상정돼 있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 “통과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EU의 초국가적 제약업계에게 초과 이익을 보장해주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노혜경의 캐츠아이’에 출연해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는 약사법 개정안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한 데 이어 별도의 라디오21 영상을 통해 문제점을 알리고 나섰다.

이 교수는 “제약업계에 허가 특허 연계 조항을 허용한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약값을, 추가적인 부담을 져야 하는 유일한 나라가 될 것”이라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맹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국회는 지난 2월 25일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주된 내용은 약사법에 허가특허 연계 조항을 신설하는 것으로 한미 FTA 이행 법안 가운데 하나이다.

이 교수는 “의약품의 특허 기간은 20년인데 특허 기간이 만료되면 복제약 제약회사에서 복제약 만들 수 있다”며 “시판 허가를 식약청에 내는데 식약청은 허가신청 사실을 특허청에 통보하게 돼 있고 그러면 원래의 특허권자인 미국 제약회사에서 이 사실을 다시 알려줘야 한다”고 복제약이 나오기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런 과정을 법률도 다 정하자는 것인데 특허 기관(미국의 제약회사 등)은 특허 소송 방법을 통해서 사실상 특허 기간 연장 혜택 누리고자 시도를 한다”며 “특허 소송이 걸려 있는 기간 동안에는 식약청은 시판 허가를 내 줄 수가 없어 이 기간동안 미국의 제약회사는 상당한 특허 연장 효과 누리게 된다”고 허가특허 연계 조항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오로지 의약품에 대해서만 이 제도 시행하려 하고 있다”며 “보통 사람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제한하고 약값 인상을 초래한다, 약값이 오르면 당연히 보험 제정의 추가 부담이 늘어나고 당연히 더 많은 세금을 내야 되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추진과정에서 한-EU FTA 협정문 초안에는 이 조항 포함돼 있었는데 최종 협정문에는 이 조항이 빠져 있었고 보건복지부 담당관의 입장도 달라졌다.

2년전 복지부 담당자는 “한미 FTA가 타결되면 이행법안이 준비돼야 하는데 허가 특허 연계에 따른 약사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약사법이 개정된다 해도 이 조항이 유럽의 제약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3월 초에 보건복지부의 바뀐 담당관은 “약사법 개정안에 유럽 제약회사가 혜택 받지 못한다면 WTO에 보장돼 있는 내국민 대우를 위반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 허가 특허 연계 조항이 유럽의 제약업계에도 적용돼야 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

이 교수는 “유럽에서는 허가 특허 연계 조항과 관련된 조항 자체가 없다. 위법이기 때문이다”며 “우리나라 제약업계가 유럽에 가면 누릴 없는 혜택을 유럽 제약업계는 한국에 오면 누릴 수 있는 불평등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한-EU FTA는 불평등 협정이 되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 결과 혜택은 전혀 없다. 지불해야 되는 비용만 있는 셈이다”며 “잘못한 협상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정부 협상 태도를 맹비난했다.

이 교수는 “이번 약사법 개정 둘러싼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잘못된 협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며 “이익은 없고 오직 비용만 지불해야 하는 불평등ㆍ불공정 조항을 인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도 약사법 개정을 반대했다.

이 교수는 “약사법 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약사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한 인식과 공동의 행동이 지금 굉장히 긴요한 시점”이라고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라디오21 민일성 기자>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