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는 23일 YTN이 보도국 소속 기자를 개인 의사와 무관하게 자회사로 발령해 내부에서 ‘보복성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YTN은 “인사 발령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이 기자는 최근 YTN 고위 간부의 ‘검찰 티켓 로비 의혹’ 정황을 노조에 제보했다는 점에서 ‘보복 인사’ 성격이 짙다는 게 구성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YTN은 지난 19일 인사 발령을 통해 보도국 소속 전 아무개 기자를 YTN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디지털 YTN’(YTN 자회사)으로 발령했다. 이 과정에서 YTN은 해당 기자 개인 의사를 묻지 않았으며, 인사 당일 오전에야 파견 사실을 통보했다.

보복 인사’ 논란 일고 있는 이유는?

해당 기자는 과거 YTN 대구 지국에서 근무한 바 있다. 당시 YTN은 노조 활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기자들을 대전, 대구, 부산 등 지국으로 발령해 내부에서 “보복성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이 기자는 대국 지국에서 근무한 이후 YTN본사로 복귀했으나, YTN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수도권 지국(의정부)으로 발령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YTN 자회사로 발령했다.

이번 자회사 발령 과정에서 YTN은 해당 기자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 ‘인사와 관련해 당사자 의사를 고려하고 노조와 협의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이 무시됐다는 게 내부 구성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기자는 지난 4월, “류 아무개 YTN 경영기획실장이 김준규 검찰총장 등 검찰 고위 간부들에게 고액의 공연 티켓을 전달하려 했다”는 정황을 노조에 제보한 바 있다. 이에 YTN노조를 중심으로 “내부 고발을 한 노조원에게 인사로 보복을 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YTN노조 “치졸한 보복성 인사 … 즉각 철회하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이번 인사 발령과 관련해 ‘치졸한 보복성 인사’라며 YTN을 향해 즉각 인사 발령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기자 양심에 따라 내부 고발을 한 노조원에게 YTN이 앙갚음을 했다는 것 이외에 어떤 객관적인 인사 기준도 찾을 수 없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김종욱 YTN지부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이번 인사는 명백한 보복인사”라며 “상식적으로 봤을 때 이번 인사 발령에 대해 구성원들이 반발할 것이라는 것은 YTN도 다 예상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인 투쟁 강도와 방법은 의논해야겠지만 회사가 부당 인사 뿐 아니라 구성원들이 지적하는 배석규 사장의 독단적 경영에 대해 원래대로 되돌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조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지 않다”며 “앞으로 노사 관계의 회복 여부는 회사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YTN노조는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서도 “이번 발령은 회사 간부가 검찰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공연 티켓 로비’를 벌인 사실을 노조에 제보한 데 대한 사측의 앙갚음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며 “언론인 양심을 저버린 인사는 놔둔 채 기자 윤리와 양심을 지키려는 노조원에 대한 보복이자, 노조의 합법적이고 공익적인 문제 제기와 기본 활동마저 억누르겠다는 선전포고”라고 강하게 규탄했다.

현재, 전 아무개 기자의 기수인 YTN 공채 9기를 중심으로 이번 인사 발령을 강하게 규탄하는 각 기수별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당초 YTN 보도 정보 시스템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리며 인사 발령을 규탄했으나, YTN은 해당 글들을 지속적으로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구성원들은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 또는 메일센터 YTN광장을 통해 회사 쪽의 조치를 비난하고 있다.

이와 함께, YTN 구성원들은 지난 19일 오후 6시 19층 보도국에 집결해 이번 인사 발령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침묵 시위를 진행했다. 또, YTN노조와 기자협회 지회, 공채 기수 대표는 이날 긴급 회의를 열어 YTN을 향해 보복 인사 즉각 철회, 재발 방지 약속,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투쟁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YTN노조 또한 20일 저녁 7시 긴급 대의원 대회를 열어 노조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비대위는 또, ‘배석규 사장의 독단 경영 저지’ 및 ‘독단 인사 철회’를 투쟁의 목표로 삼고, 구체적인 투쟁 방법은 노조 집행부에 일임하기로 결의했다.

더불어, YTN노조 집행부는 23일 점심시간부터 인사 발령을 항의하고, 배석규 사장을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오늘 1인 시위에는 김종욱 노조 지부장, 하성준 사무국장, 임장혁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위원장이 나섰으며, 앞으로 노조원들이 돌아가며 무기한 1인 시위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사 발령으로 YTN의 노사 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경영진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한 YTN과 ‘부당한 인사 발령’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YTN노조 사이의 갈등의 골 또한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스 제공>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