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삼덕항 여객선터미널 신축이 인근 어촌계 양측간의 반발로 공익사업이 물거품됐다.

지난12일 동해어업지도사무소 측에 따르면 삼덕항은 영동해운(주)과 (주)욕지해운 소속 카페리 2척이 하루 8회 왕복 운항, 한해 20만 명 이상이 욕지도를 방문하는 주요 여객선 입·출항로이다. 그러나 급증하는 여객수요에 비해 제대로 된 여객선터미널이 없어 이용객들이 화물용 컨테이너로 제작된 대합실과 간이화장실 등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오다 지난해 터미널 신축을 추진했다.

이에 삼덕항 관리기관인 동해어업지도사무소 측은 국비 4억 원의 예산을 확보, 1400㎡ 부지에 277.72㎡ 규모의 단층 건물에 화장실과 매표소, 70개 좌석의 대합실을 갖춘 터미널 신축계획을 지난해 12월께 수립했다.

그러던 중 대상부지를 놓고 인근 어촌계간 이견이 발생,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덕항을 낀 삼덕어촌계와 원항어촌계에서 신축 터미널 유치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다가,관련 어촌계가 기존 도로를 막아서는 지점을 신축 부지로 주장하고 이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주변 도로 확장과 같은 무리한 조건까지 요구하면서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에 공익사업이 물거품 됐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양측의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동해사무소 측은 지난 4월 기존 영동해운 매표소(삼덕어촌계 방향)가 자리 잡은 곳을 최종 부지로 확정하고 터미널 신축에 필요한 각종 인허가와 한려해상국립공원과의 협의까지 마쳤다. 그러자 원항어촌계가 부지 선정 과정에서 어촌계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즉각 반발했다.

이에 동해사무소 측은 삼덕과 원항어촌계 두 곳의 협의를 전제로 사업을 진행했던 만큼 한쪽이 반대한다면 더 이상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통영시에 중재를 요청했으나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답변만 돌아와 여태껏 공사가 중단됐다. 그러자 사무소 측은 사업비가 지난해 이월된 예산으로 올해 중 사용해야 하나 현재로선 공사 시작도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불용예산으로 처리될 게 뻔하다고 판단, 다른 사업비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욕지도 주민들은 "여객선 터미널은 섬 주민과 여객선 이용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특정 어촌계의 이익을 위한 사유물이 아니다"며 "다른 부지를 선정해서라도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았다.

이번 사태는 행정이 어느쪽 집단이기주의에 힘이실리나 관망하는 사이에,정작 행정의 수요자인 섬 주민들의 생활정주권이 심각한 피해를 보게돼,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우선사업 대상이 어느방향으로 가야할지 되돌아 보게하는 사례다.

하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