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통영시여성예비군 소대장

나는 이순신장군의 한산대첩으로 유명한 통영의 미륵도에서 태어났다. 우리마을에서 한산도가 보이는 견내량 앞바다를 바라다보면 해안초소가 보였고 촘촘하게 엮어진 철조망 사이로 씩씩한 군인들이 바다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 언제나 늠름하게 보였다.

이렇게 밤낮으로 지켜주는 군인이 있기에 우리가 늘 편안하게 잠을 자고 공부도 할 수 있구나하고 느꼈었다. 실제로 나의 어린 시절에는 해안으로 간첩침투사건이 빈번했으며 우리 마을로도 간첩이 침투하다가 군인들한테 잡히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에는 전방·후방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어릴 때 군인들을 보고 자라나서 그런지 몰라도 난 비록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커서 꼭 군인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이 맞지 않아서 군인이 될 수 없었다. 지금은 비록 현역군인은 아니지만 여성예비군 소대장이 됨으로써 어릴 때 내 꿈이 이루어 진 셈이다. 가정주부이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여성예비군소대장 임무까지 수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나의 어릴 때 꿈이 실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다니는 직장일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군복을 입고 여성예비군 소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날에는 더더욱 신명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군복의 단추를 여미며 전투화 끈을 조이고 군모를 눌러 쓰고 아파트 문을 나서면 마음가짐부터가 맑아지고 군화신은 걸음걸이도 달라진다. 이제 통영에는 여성소대활동이 지역주민에게 널리 알려져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하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소대장에 임명되고 소대가 창설이 된 지 1년이 안되었지만 그동안 군부대에서 실시하는 훈련에 대부분 동참하여 훈련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비행청소년 선도활동과 해안소초 방문 및 잔치국수 위문, 상근병과 모자결연에 이은 병영상담사 역할, 예비군훈련 시 입소도우미활동 등 대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어떤 나라든지 국방이 튼튼하지 못하고 국민이 단결되어 있지 않으면 나라를 잃는 역사적인 교훈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안보전도사로서의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우리 여성예비군들은 군복 외에는 아무 것도 받은 것은 없지만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보람과 군복 입는 즐거움 하나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창설훈련 시 교관 한 분이 한 말을 우리 소대원들은 늘 가슴깊이 새기면서 임무를 수행한다 “조국이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이전에 내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항상 생각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