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통영시유네스코 등재 추진위원회(위원장 문성덕)에서는 ‘통제영문화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위상’이라는 주제로 열띤 학술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행사장에는 통영시의회 김만옥 의장, 유정철, 한점순, 이지연 시의원과 임갑출 안전행정국장, 신철기 문화예술과장, 김성한 산양읍장을 비롯 시민 1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통제영문화의 복원과 재현’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에 나선 부경연구소 김현구 박사는 “ 통영의 상징 '두룡포기사비' 복원하고, 통제영 사료 발굴과 유물 수습, 디지털화 작업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현구 박사(부경역사연구소)는 통영사 연구자의 일원으로서 시급한 현안으로 통영사의 상징물로 거론될 수 있는「두룡포기사비」의 복원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두룡포기사비 (도 유형문화재 제112호)이다. 오랫동안 하단의 마멸로 일부 비문이 확인되지 않았으나『통영시지』의 발간 무렵에는 찬자와 원문이 확인되어 번역문까지 실렸다. 거의 400년이 가까운 세월 속에 비각 속에 이전된 비의 상태도 그다지 좋지 못할뿐더러 통영의 시발점을 담은 비이다.

김 박사는 이 비를 원문과 함께 복원하고, 후세대를 위해 한글로 옮겨 가령 통영 문화마당 같은 곳에 새로 세웠으면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시역과 타지에 산재되어 있는 통사 및 우후 관련 비석군에 대한 재조사와 일련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둘째, 통제영 관련 사료와 유물의 수습은 기간의 제한이 없이 지속되어야 할 필수 과제이다. 가령 그간 알려진 영지(營誌) 외에 통영지도류나 수조도, 통사의 초상화와 문집류와 필적, 관련 유물 등은 전국의 박물관이나 대학 도서관 등에 상당수 비장되어 있다. 이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디지털화하는 작업 역시 급선무이다.

셋째, 시정(市政)의 한 축을 이루는 관련 부서에 별정 전문학예직을 두어 관련 업무를 전담하게하고, 중?장기적인 관계 업무의 추진을 비롯하여 유관기관 등과의 효율적인 조정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 내에서 중추적인 몫을 맡아야할 곳은 시립박물관, 통영문화원, 재단법인 충렬사 등이 될 것이다. 그간의 행적에서 보면 제각기 독자적 영역이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각개약진해 온 면이 없잖아 엿보인다. 3자간에 정례의 협의체 기구를 구성하여 사안에 따른 큰 틀의 협력과 역할의 분담을 가짐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등재추진위는 내부적으로는 지역사회 차원에서 통제영 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의 역량 축적과 콘텐츠화, 그리고 시민사회 속에서 등재의 중지(衆智)가 수렴될 수 있는 창구(窓口)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국내외의 선행 사례와 등재과정의 변화 추이를 파악하여 전파하고, 대외 홍보 등을 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직체로 운영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연구단」이나 「-홍보단」 등을 따로 구성하여 업무 추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여섯째, 장기간의 사업 추진이 예상되는 현단계에서 지속적이고 효용에 걸맞은 재정 지원은 필수불가결하다. 하지만 시 재정의 제약 요소가 많은 터에 모든 사안을 관변에 의존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요청된다. 각종 문화재단이나 출향인의 관심 제고(提高)가 우선되어야 하고, 지역 언론 등이 바람직한 여론을 이끌고 올바른 방향키를 잡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바다의 땅’으로 일컬어지는 통영은 천혜의 자연과 풍광을 보유한 삶의 터전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고장이다. 하지만 지역민의 자긍심만으로 그 가치와 위상이 드높아질 수는 없기에 적극적인 대안과 그에 따른 실행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영이 자리를 잡았던 다른 곳에서도 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통영의 향방은 중요한 시금석이 되기도 할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문화재위 세계유산분과위에서 문화재청이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신청 대상으로 삼은「한국의 서원」(9곳)이 선정이 되었고, 함안의 말이산고분군과 김해의 대성동고분군이「가야고분군」으로서 공동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결정이 났다.「공주?부여 역사유적지구」는 이미 잠정 목록에 올라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등재여부는 2015년 결정된다. 이 밖에 부산과 일본측이 연계한 조선통신사, 서울은 8건(세계문화유산-4건, 인류무형유산-4건)을 동시 추진 중이며, 인근 진주에서도 진주검무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등재된 세계유산 10건, 기록유산 11건, 무형유산 16건 중 세계유산에 2010년「한국의 역사 마을(하회와 양동)」이 등재되었고, 무형유산에 작년과 올해「아리랑」과「김장문화」가 선정된 것 외에는 추가된 것이 없다.

최소한 5년 이상의 경과 기간이 소요되는 전례를 볼 때, 성급하게 등재 추진에 나서기보다는 주도면밀한 목표와 방향 설정을 갖고, 긴 호흡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야 소기의 목적과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호열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는 세병관의 건축특성에 대해 상세한 자료와 비교검토를 통해 세병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세병관은 정면 9칸, 측면 6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국보 제305호로 지정되어 있다. 본래 1603년(선조 36)에 이순신의 전공을 기리기 위하여 세웠으며, 후일 삼도수군통제사영(三道水軍統制使營)의 건물로 사용했다.

장방형 평면으로 모든 칸(間)은 창호나 벽체를 두지 않고, 통간(通間)으로 개방. 다만, 우물마루로 된 바닥의 중앙 일부를 1단 높여 위계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듬은 돌로 바른층 쌓기한 기단 위에 초석을 놓고 원주를 세웠음, 기둥 윗몸은 횡 방향으로 창방으로써 결구(結構)하였다.

공포(?包)는 기둥 위에만 짜 올린 주심포식(柱心包式), 세부 수법상 익공식(翼工式), 다포식(多包式) 수법이 절충되어 있다. 기둥 위에 주두를 놓고, 기둥 윗몸에서 앙서 하나를 내어 이 위에 소로를 놓아 외 1출목에 오는 출목첨차를 받고 이 출목첨차와 주두를 제 2제공에 놓인 쇠서로 결구했다.

외출목도리(外出目道里)는 장여로 받치고, 이 장여를 출목첨차 위에 놓은 소로로 받아, 기둥에 지붕 하중을 전달하고 있다. 주간의 창방 위에 직접 화반(花盤)을 놓아 주심도리(柱心道里) 장여를 받치고 있다.

가구(架構)는 9량가로서, 대들보를 양쪽 내진 고주 위에 걸고, 이 위에 행공과 익공을 십자로 결구하고 중보를 받게 했으며, 내진 고주와 전면 평주 사이에는 퇴보를 결구했다.

처마는 겹처마, 팔작 기와지붕이며, 용마루·합각마루·추녀마루는 회반죽을 발라 양성으로 처리. 4추녀에 활주를 세워 지지하게 했다.

경상대학교 김상환 연구교수는 ‘조선후기 통영의 도시변천과 역사문화도시로의 발전모색’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이어나갔다.

김상환 경상대 사학과 교수는 지역사인식의 문제에 대해 지역사는 현대 역사의 이해와 인식의 출발이자 종착점이다. 문제는 일부 지역사에 대한 인식이 전체사나 보편적인 역사의 흐름과 배치되거나, 나르시스적인 감상에 매몰되는 경우이다. 이는 몰역사적, 자기중심적 사고에 기초한 지역사에 대한 인식으로, 전체사의 이해에 대한 오해와 토착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에서 기인한다. 보다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역사적 관점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만원경만이 우리의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충전시키는 수단은 아니다. 현미경도 이와 같이 중요한 수단이다"라며 지역사 인식의 확대를 요구했다.

조선시대 통제영의 건설과 중세 도시경관

역사적으로 중세의 '통제영'이라는 도시는 지역의 중심으로서 주변지역의 통치와 경제적 중심이며 수탈의 거점으로써 존재했다. 도시는 역사적 변천과정에서 일정한 물리적인 연속성과 함께 다양한 사회적 변화상을 담게 되며, 시대에 따라 그 지역의 지배적인 권력과 사회 경제적 요소들의 다양한 관계들의 조화로 일정한 형태로 구조화된 모습, 즉 공간을 만들어내며, 자연적 환경과 관계하는 이러한 공간들의 배치와 구조가 아울러 도시풍경(도시경관, Landscape of city)을 보여준다.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은 1603년 통제사에 부임한 이래 경상감사 이시발과 협의하에 새로운 통제영을 건설하기 위해 꾸준히 이전작업을 펼쳤으며 최적의 장소로 생각한 두룡포(頭龍浦)에 각종 공해들을 건설. 이듬해 이시발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룡포로 통제영의 이전이 이루어 졌다. 두룡포는 전술적으로 공격과 방어가 모두 유리한 복합적인 전략요충지로 인식되었다.

통제영건설과정이 이건 초기처럼 많은 건물들이 한꺼번에 건립하지 못하고 오랜 기간 이렇게 늦추어지는 것은 전쟁복구와 뒤이은 호란 등으로 통제영 마련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의 통제영은 수군의 중영으로써의 가장 기본적이며 물리적 내부의 공간체계를 갖추면서 중세 도시의 풍경의 기반을 마련하였을 뿐이다.

통제영 완성기(숙종~경종)인 숙종대의 통영성 건설과 우후영을 비롯한 각종 군문의 중심 관청의 보강이 이루어졌다.

숙종 4년부터 통제사 윤천뢰에 의해 이루어지기 시작한 통영성은 4성문과 남문루, 동문루, 서문루 등 성문위의 3개 누각이 만들어지고, 동암문과 남암문이 갖추어졌다. 이어 숙종 8년 통영이 육지로 통하는 유일한 관문인 통영성의 북쪽에 원문을 세워, 관문 출입을 장악하였다. 전체적인 성의 윤곽이 완성된 이후 통영성의 위용을 내세우고 장수들의 지휘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포루(장대)를 설치. 통영성이 성가퀴(城堞)와 성장청, 산성청을 갖추어지며 완성된 것은 숙종 34년이다.

통제영의 각종 군무와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새로운 기구들의 관청이 보강되고, 군영의 다양한 창고들도 마련. 이로써 통제영이 군문다운 모습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통제영의 행정적인 기반이 거의 다 갖추어졌다. 그리고 이 시기는 우후영에 대한 보충도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통제영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숙종대의 조치 가운데 이러한 우후영 시설의 확충은 통제영 기능강화의 방편으로 매우 중요한 조치였을 것이다. 숙종대에 이루어진 이러한 집중적인 건설과정을 통해 통제영은 거진다운 면모를 갖추며 지역을 지배하는 중세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추었다.

통제영이 자리잡은 두룡포의 지세는 여황산을 정점으로 차츰 낮아져 바다에 이르며, 산 정상의 북포루와 동,서의 동포루 서포루(▲)는 성의 높은 지대에 설치되어 외부의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동쪽의 남망산과 중영의 선소가 있는 서쪽의 바닷가가 통제영 입구를 수책으로 막고 있어 바닷길로 함부로 접근하기 힘든 자연적 입지조건을 보여준다. 성의 4대문(?)은 선소로 통하는 남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부노출이 심하지 않은 자연적 지형의 골짜기를 통하도록 하였다. 통영성은 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축조하여 지형적으로 매우 좁고 왜소해 보일 수 있는 통제영의 모습을 오히려 효율적이고 강단한 모습으로 보이게 군문으로서의 표상을 강조했다.

도로는 통제영 내부의 지형적인 형세를 바탕으로 한 위계적 배치를 나눈다. 주 간선도로는 남문으로 들어와 세병관에 이르는 남북으로 이루어진 도로로, 남문으로 들어서면 좌우의 관청을 통과해 세병관에 이르기까지 군사도시의 위용을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지형의 영향을 받은 동서간의 2개의 도로는 통제영의 위계를 나누는 중요한 구분선이 되어 상부는 왕권을 상징하고 통제영의 중심이 되는 객사인 세병관(A)를 중심 각종 업무시설들로 배치되었다. 오른쪽(B)으로는 통제사의 내아를 비롯, 운주당과 경무당, 그리고 읍취헌을 비롯한 내아의 후원격인 시설물들(I)이 갖추어졌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통제영의 다양한 업무들이 논의되는 백화당이 위치하였다. 상층부는 통제영을 상징하는 가장 핵심적인 공간이며 대표적인 통제영 이념의 표상이었다.

그 아래에는 동서로 횡단하는 도로들 사이로 우후영을 비롯한 중간 관리직청이나 통제영의 보조시설의 중간위계 공간이 마련되었다. 망일루(洗兵門) 동쪽으로는 다양한 작청시설과 군문각청이 북문과 동문을 따라 그 사이로 다양하게 건립되어있으며, 서쪽으로는 우후영의 각종시설과 일부 관문들이 일부의 민가와 혼재되어 설치되었다. 그리고 동문에서 남문으로 이르는 길 위쪽(E)으로는 통제영의 하부직책과 노방, 사령청 등의 잡색층의 관청과 옥(군뇌청)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하부위계 공간을 이루고, 남문에서 세병관으로 통하는 남북간선도로 서쪽으로는 각종의 내창이 민가와 함께 존재하였다(H). 통영성내에 존재하는 민가는 대부분이 통제영의 영속인 가족들이 함께 거주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통제영의 특징을 보여주는 선군관련 각청과 시설들은 남문을 지나 성외 바닷가인 江口의 북단에 집단적으로 배치되어 있다(G). 통영성 건설과 함께 만들어진 수항루는 강구안의 통영성루라고 할 만한 통영성내의 포루들에 대응하여 남포루라 할만하며, 각종 수군관련 시설로 통하는 누각이다. 수항루를 중심으로 강구안으로 각종 수군시설이 배치되어 통제영의 선단을 이루며, 선박의 건조와 수리, 기타 선박과 관련된 일들이 여기에서 이루어졌다. 수항루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담장처럼 에워싸고 있고, 좌우파수의 수책은 통제영의 앞바다인 함대의 정박처인 강구를 마치 성처럼 둘러싸고 있는 듯한 형상으로 보인다.

통영성 내부의 도로와 건물의 배치가 계획된 도시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복잡한 양상을 보이는 것은 평탄치 않은 좁은 지형적인 문제와 아울러 오랜 세월을 두고 건립된 군문의 공간구획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통제영의 이전이후 군과 민의 모호한 혼재는 통제영 확장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군문영역을 민간의 생활영역과 구분하여 군문으로서의 위상과 폐쇄성을 높이기 위한 조처가 바로 통영성 건설의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통영성 건축을 계기로 성내부와 외부의 토지 이용의 개념이 나뉘어졌으며, 이는 전통적이고 중세적인 권력에 의한 공간생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조치는 결국 성외 기존 주거지를 포함한 새로운 거주공간을 개발하게 되었고, 원문에서 성 밖 동문에 이르는 길목에 시장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에 의한 도시의 공간화는 아직 이 시대를 상징할 만한 공간으로는 보기 힘들다.

이처럼 병영도시로서의 통제영의 정치적 상징성은 성내의 세병관과 성외의 수항루,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통영성으로 표상이 되었고, 철저히 권력에 의해서만 공간생산이 이루어지는 시대적 특성을 보여주었다. 세병관을 정점으로 하는 상 중 하의 위계질서는 정치적인 상징성을 위한 공간의 표상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며, 수항루와 남문에서 세병관으로 이르는 주간선도로는 통영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는 통영의 군사적 기능을 잘 반영하며 각각의 공간을 독립시켰다. 그리고 통영성은 강고한 방어의 거진의 위상을 내세움으로써 숙종대를 기점으로 조선을 대표하는 군영도시의 표상을 잘 드러낸 계획된 신흥 군사도시의 모습을 완성했다. 군사도시 통영은 우후영을 비롯한 군관청이 주로 서쪽에 배치되고, 행정적 성격의 관청들이 동쪽에 배치되었으며, 군사업무의 관청들의 일부가 동쪽에 혼재되어 있기도 했다. 일반적인 군현들이 농촌지대를 배경으로 성립하였으나 통제영은 거의 섬이나 다를 바 없는 지역에 세워진 관계로 공해의 배치나 주민거주 공간 등에서 일반 군현과 차이를 보인다.

도심의 확대와 주거공간의 확산

통제영 도심의 확대는 두룡포에 국한되지 않고, 원문이남 춘원면지역에 이르기까지 삶의 터전이 확대되어 갔으며, 가깝고 먼 섬지역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전체 고성지역의 원호수나 인구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으며 반 이상이 춘원면에 집중되었고, 19세기 후반기에 이르면 춘원면의 호수와 인구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남을 알 수 있다. 고성전체의 원호, 인구수의 증감추세가 거의 춘원면의 그것에 의한 듯 늘어나고 있으며, 약 100여년간 전체 인구수의 배 이상이 증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당시 서울인구수 약 33만명에 비교해 보면 1/7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서울의 면적과 상대도 안되는 통영의 면적을 상정해서 비교를 해보면 오히려 서울보다는 통영의 인구밀도가 훨씬 더 높았던 것은 너무나 자명한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19세기에 이르러 통제영을 비롯한 춘원면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로인한 인구집중, 면리의 확대와 신설 등이 잇따랐다.

이러한 변화는 원문아래의 춘원면 전지역이 거의 집촌을 이루는 현상을 보여주었으며, 1872년 제작된 『경상도지도』속의 고성부지도 남쪽의 춘원면지역은 빈 곳이 없을 만큼 빼곡하게 촌락이 구성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시기 춘원면은 1865년 『통영지』에 의하면 성내 9개동, 성외동변 19동에 새로 나누어진 4개의 동, 성외서변 23개동과 새로 나눠지고 새로 생긴 동이 5개 등 도합 60개의 동으로 구성되었으며, 여기에는 도서지역을 포함하여 거제접경지역까지 거의 모든 포구에 삶의 터전이 마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개 성내의 9개동은 186호~96호로 대개 100호를 상외하고 있는데, 이것은 좁은 통영성안의 사정에 미루어 보면 그 밀집도가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통영성 인근의 각동들도 100호 이상의 규모를 보이는 것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동변의 항북(199), 와동(188), 면량(145), 북신(134)과 서변의 선창동(144), 동충(141), 서충(127), 명정동(140), 서교동(137) 등은 바로 통제영성을 인접한 외각지역이며, 특이하게 동당봉(180), 서당봉(143)은 서쪽으로 다소 떨어진 곳에도 집중적인 거주지가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섬지역에도 다수의 주거집단을 이루며 독립된 동으로 이루어진 곳이 많았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지도(80), 조도(160 학림도), 연대도(73) 외에 새로 생긴 분동된 저도(29)와 신설된 추도(37), 오곡(27). 매미도(50 매물도) 등이 그것이다. 19세기 중반에 반영된 이러한 현상은 18세기 이후 통제영의 확대로 인한 인구유입의 증가와 각종 산업의 발전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성외각지대의 인구밀도나 지역 확대는 '통영'지역이 그 이전처럼 통제영성을 중심으로 하는 중세도시의 틀을 확장시키는 것이며, 새로운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근대도시로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섬지역의 개발도 역시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통제영의 힘은 단순히 군진으로써의 힘이나 외부로부터의 유입된 여건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이와 같은 힘은 통제영 내부로부터 분출되기도 했다. 바로 통제영의 조선기술과 조선능력, 이에 기반한 어업의 발달, 그리고 통제영 내 다양한 공방에서 쏟아내는 고급 제품들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였으며, 이에 따라 새로운 인구유입이 가속화되었다. 이와 같은 내부로부터의 동력은 이 지역을 단순히 중세적 군진도시 '통제영'으로 머무르게 하지 않았다. 이는 근대적 기반에 의한 새로운 '통영'의 도시풍경을 만들며, 중세적 이념의 표상을 뛰어 넘는 근대적인 도시풍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조선과 어업의 발달, 협업단계로 진행된 상공업의 발달과 상품화폐경제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도심의 재편과 통영지역의 외연의 확대(인근지역과 도서지역)라는 새로운 도시풍경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통영'의 근대적 재편은 통제영 유지자들의 체제 유지를 위한 다양한 시도로 말미암아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으며, 일제 식민지시기를 맞으며 '통영'내부로부터 분출되던 동력은 제국주의 지배이념의 새로운 표상아래 시행된 식민지적 재배치와 수탈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마지막 발제에 나선 김일룡 통영문화원 향토사연구소장은 ‘통영전통공예의 산실 통제영12공방’이라는 주제로 강론을 펼쳤다.

통영(統營)은 다양한 전통문화를 꽃피운 예향(藝鄕)으로 널리 알려진 고장이다. 특히 통영의 대표적 토산품이었던 '통영갓', '통영자개', '통영장롱', '통영소반', '통영장석', '통영대발', '통영부채', '통영동구리', '통영꽃신' 등은 그 품질이 아주 우수하여 전래 수공예품 가운데 최상품으로 칭했다. 이러한 통영의 각종 전통공예는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의 한산진(閑山陣)에서 유래된 조선후기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의 군영공방(軍營工房)에서 비롯되었음은 주지의 일이다.

통제영 공방(工房) 및 공고(工庫)의 정착

선조 36년(1603) 제6대 이경준(李慶濬) 통제사가 통제영을 두룡포(頭龍浦, 현 통영시 시가지지역)로 다시 옮길 것을 조정에 장계하고, 그 이듬해(1604) 본영을 이건하여 새롭게 창건함으로써 그 후 고종 32년(1895) 7월 폐영될 때까지 약 300년간 통제영의 안정과 번영을 이루게 되었다.

새로운 통제영의 창건을 위한 대규모의 역사(役事)가 시작되자, 군영 6방(6房, 吏?戶?禮?兵?刑?工房) 가운데 교량과 도로, 건물의 건설 및 관리 보수, 도량형기, 배와 수레의 수리 및 개조, 각종 나무의 재배, 야철, 땔나무, 광물산지, 장인 등의 제반 공전(工典)을 관장하는 공방(工房)의 역할도 한층 커지게 되었다. 그리고 통제영 공방에는 진공품(進貢品)과 군기(軍器)를 조성하는 공고(工庫)를 두어 각종 수공품의 원활한 생산 활동을 위한 그 기반시설이 더욱 확충되어졌다.

통제영은 삼남지방의 여러 읍진(邑鎭)을 관장하고 있어 풍부한 물산과 군선을 이용한 원자재의 편리한 수송, 그리고 각처의 장인과 관하 수군 및 연해 읍민들의 동원이 비교적 용이하여 각종 군기 및 다양한 수공품의 생산이 활발해졌다.

통제영12공방(統制營12工房)

18세기에 이르러 통제영 공방의 공고(工庫)에 속한 야장(冶匠), 칠장(漆匠), 연마장(鍊磨匠), 궁장(弓匠), 동개장(筒箇匠), 소목장(小木匠), 입자장(笠子匠), 선자장(扇子匠), 화자장(靴子匠), 소쿠리장(所告里匠), 상자장(箱子匠), 화원장(?員匠), 은장(銀匠), 총장(?匠), 패부장(貝付匠) 등의 각 기능별 각 장인(匠人)들 중에서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수공품의 생산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야장방(冶匠房), 동개방(筒箇房), 선자방(扇子房), 칠방(漆房), 입자방(笠子房), 동개방(筒箇房) 등의 독립된 작업장을 갖춘 각 개별 공방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나아가 18세기 후반 및 19세기 초에는 한층 분화되어 각장방(各匠房) 및 선자방(扇子房) 그리고

12공방(工房) 등의 '통제영12공방' 체계를 이루게 되었다.

19세기의 각종 문헌을 종합하면 통제영공방은 아래와 같이 정리된다.

공방(工房)=통제영 6방(六房, 吏?戶?禮?兵?刑?工房) 가운데 하나로 제반 공전(工典)을 관장하는 관아였으며, 백화당(百和堂) 서쪽에 공감(工監)의 처소인 공내소(內工所?內工軒)와 공록당(工綠堂)이 있었다.

공고(工庫)=주로 진상품과 군기를 조성하는 통제영 공방에 속한 관창(官倉)으로 통제영 이건과 함께 설치되었으며, 외감(外監) 1원(員, 無料), 색리(色吏) 2인(各 錢4兩5? 租1石), 고직(庫直) 2명(該廳受料)이 있었다.

12공방에는 칠방(漆房), 화원방(?員房), 야장방(冶匠房), 입자방(笠子房), 총방(?房), 소목방(小木房), 주석방(周錫房), 상자방(箱子房), 은방(銀房), 화자방(靴子房), 동개방(筒箇房), 안자방(鞍子房), 패부방(貝付房), 미선방(尾扇房), 주피방(周皮房), 선자방(扇子房), 각장방(各匠房)이 있었다.

이와 같이 초기 통제영 공고(工庫)는 주로 군기(軍器)와 진공품(進貢品)을 조성하는 관창(官倉)으로 시작되었으며, 점차 그 수요가 증가하면서 19세기 초반 각 기능별 장인으로 구성된 여러 독립된 공방이 상호 분업과 협업을 이루는 '12공방'의 수공업생산체제로 발전하였다.

생산품 또한 초기의 군수품과 진공품 위주에서 다양한 생활용품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19세기 중반에는 활과 화살을 함께 꽂아 넣어 등에 지는 가죽 주머니인 동개(筒箇)를 만드는 동개방(筒箇房), 말안장을 만드는 안자방(鞍子房), 벼슬아치들이 관복 아래에 신는 검은 색 가죽으로 만든 긴 장화 모양의 목화(木靴) 등의 신발을 만드는 화자방(靴子房)이 폐방되고, 대신 나전칠기에 자개를 붙이는 패부방(貝付房), 통영 반구부채를 만드는 미선방(尾扇房), 각종 가죽제품을 만드는 주피방(周皮房) 등이 신설 대체되는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정리된다.

통영의 각종 전통공예

조선후기 민간수공업이 발전하면서 점차 관청수공업의 붕괴와 함께 한양의 경공장(京工匠)에서만 소수 제작되었던 나전칠기 또한 지방의 외공장(外工匠)에서도 생산되는 지방분권화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통제영12공방'의 칠방(漆房)과 패부방(貝付房)이다.

19세기 통제영 칠방은 공방건물 9칸 크기에 편수(片首) 1명, 선칠편(扇漆片) 1명, 공(工) 21명, 채문장(綵文匠) 4명의 총 27명으로 통제영12공방 가운데 그 규모가 가장 큰 공방 가운데 하나였다. 한때 하칠방(下漆房)과 상칠방(上漆房)으로 나뉘기도 했던 칠방에서는 소목방에서 제작되는 목기를 비롯한 선자방의 부채, 화자방의 신발, 안자방의 말안장, 동개방의 동개 등 각종 가죽제품에 이르기까지 옻칠을 하는 등 다양한 수공품에 칠이 소용되었다. 이렇게 칠은 그 쓰임이 아주 많아 17세기 통제영공방이 설치된 직후부터 이미 독립된 칠방으로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초반에 통제영 공방에서 고급 수공예품이 다량으로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 통영 나전칠기의 아름다움이 널리 칭송될 정도였다면, 통제사나 한양의 권문세가를 위한 고급 나전제품들은 이미 18세기부터 칠방(漆房)에서 제작되어졌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19세기 중반에 그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군수품과 직접 관련한 '동개방', '안자방', '화자방'이 폐방되고 나전칠기제작을 전담하는 독립된 공방인 패부방(貝付房)을 비롯한 미선방(尾扇房), 주피방(周皮房) 등이 신설 대체되었다. 당시 패부방의 관급장인(官給匠人)은 편수(片首) 1명(급료 租2石5斗), 공(工) 4명의 총 5명이었다. 이로써 남해안 통영근해의 질 좋은 소라와 전복껍질을 이용하여 통제영의 우수한 장인들에 의해 통영나전칠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되었으며, 당시 조선의 가장 정교한 수공예품의 대명사로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통제영이 가장 번성했던 19세기 초의 '통제영12공방'은 통제영 공고(工庫) 안에 인접한 여러 공방들이 상호분업 및 협업으로 수공품을 생산하는 체제를 이루었다. 즉 전래 나전칠기제품의 제작과정을 예로 들면 ①소목방(小木房)에서 백골제작→ ②하칠방(下漆房)에서 밑칠(下漆)→ ③패부방(貝付房)에서 자개붙임→ ④상칠방(上漆房)에서 마감칠(上漆)→ ⑤주석방(周錫房)에서 장석제작 및 부착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비로소 완성되는 바와 같이, 각 제작공정에 따른 여러 관련 장인 및 그 공방들이 서로 연계하여 그 능률과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생산체계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19세기 통제영공방에서 칠기와 나전제품이 크게 발전한 것은 삼남지방 최대 규모의 군영공방과 관급장인들의 기반시설이 이미 잘 갖추어져 있었을 뿐 아니라, 경남 함양의 지리산(智異山) 일대와 거제 칠천도(漆川島) 등의 대표적인 옻 산지를 비롯하여 그 빛깔과 질이 가장 우수한 소라 및 전복이 주로 통영근해에 서식하는 등 원자재의 공급이 아주 원활하였기 때문이었다. 나아가 종2품 무관(從2品 武官)의 최고위직인 통제사를 비롯하여 그와 연계된 한양 권문세가의 지속적인 수요 또한 통영 수공예품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우리나라에서 갓이라고 하면 예부터 '통영갓'을 으뜸으로 쳤다. 그 중에서도 왕이 쓰는 어립(御笠)만을 별도로 만들어 진상하는 통제영 진상어립장(進上御笠匠)이 20명이나 있었다. 대나무를 머리칼보다 더 가늘게 깎은 죽사(竹絲)로만 총모자와 양태를 4겹으로 엮고 그 위에 중국에서 생산된 비단실(촉사)을 한 올 한 올 입혀서 옻칠을 한 '통영진사립(統營眞絲笠)'은 사대부 중에서도 귀인들이 즐겨 찾는 최상품이었다. 그 아래로 음양사립(陰陽絲笠), 음양립(陰陽笠), 포립(布笠), 백립(白笠) 등의 다양한 통영갓이 생산되었다.

나무를 다루는 장인은 집을 짓거나 배를 만드는 대목장(大木匠)과 가구 및 문방구 등의 제반 생활용품을 만드는 소목장(小木匠)이 있었다. '통영소목' 중에서도 장롱, 반다지, 문갑, 혼수함, 소반 등이 유명했다. 나뭇결의 무늬가 아름답고, 각종 문양의 장석과 조화를 이루며 견고함이 띄어났다. 특히 '통영소반'은 황해도의 '해주반'과 호남의 '나주반'과 함께 조선의 3대 명품 소반으로 일컬었다. 통영장석은 그 문양의 아름다움과 견고함과 실용성이 띄어났으며, 특히 나비문양이 화려하여 이를 부착한 장롱을 '통영나비장'이라 칭했다.

'통영부채'는 80여명의 장인들이 단오절 임금이 조정의 신하에게 나누어 주던 단오절선(端午節扇)을 제작하여 매년 4월에 800자루(柄)를 진상했었다. 그리고 '통영미선'은 조류나 어류의 꼬리를 본떠 만든 모양이었으며, 부채면에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려 넣는 일이 많았다. 부채살이 아주 가늘고 촘촘한 미선을 '통영세미선(統營細尾扇)'이라 했다.

이렇게 옛 통제영 공방에서 유래된 전통공예 가운데 갓(黑笠), 나전칠기(螺鈿漆器), 소목(小木), 장석(裝錫), 소반(小盤), 미선(尾扇), 상자(箱子), 당혜(唐鞋), 유기(鍮器), 문대발(竹簾) 등의 제품들이 특히 유명하였다. 이러한 연유로 각기 '통영(統營)' 지명을 앞에 붙여 '통영갓', '통영자개', '통영소목', '통영장농', '통영반다지', '통영문갑', '통영혼수함', '통영소반', '통영장석', '통영부채', '통영동구리', '통영깔신'(갖신), '통영방짜', '통영대발' 등으로 일컬었으며, 통영에서 생산된 전통공예품을 조선팔도의 각 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토산품 가운데 그 품질이 가장 우수한 최상품으로 칭했던 것이다.

그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통영갓은 '갓일'(제 4호), 통영자개는 '나전장(螺鈿匠. 제 10호)', 통영장석은 '두석장(豆錫匠. 제 64호)', 통영대발은 '염장(簾匠. 제 114호)' 등으로 각각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계승되고 있다.

‘통영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추진위원회’ 문성덕 위원장은 “통제영문화와 관련해 학계의 저명한 인사들을 모신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여 준 것은 추진위원회 활동에 있어 중요한 계기와 밑그림이 될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보다 왕성한 활동과 심도 깊은 연구로 반드시 유네스코에 등재할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남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