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명물이자 각광받는 관광지 중의 하나로 약 80년의 역사를 이어 오고 있는 ‘해저터널’이 수차례 보강공사를 해오는 과정에서 해저터널 출입구 현판인 ‘용문달양’(龍門達陽) 전각이 본래의 모습을 잃고,변형된 것으로 나타나 관계자들과 시민들로 부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시민사회는 “역사적인 상징물인 현판 전각 등의 보수시 원형보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해저터널은 경상남도 통영시 도천동과 미수동을 연결하는 것으로,1931년 6월 착공해 1932년11월 준공,1996년 1차 보수, 2005년 9월 14일 등록문화재 제201호로 지정돼 통영시가 관리해 오고 있다.

문화재청은 등록 문화재 지정 당시,“비록 공사의 주창과 시행이 일제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투입된 인력과 자재가 우리 민족에 의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그 이유를 명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 ‘가치’가 지녀야 할 실존적 역사적 형상을 도외시해 행정편의주의적으로 보수하면서 본래의 가치가 퇴색되고 있다.

풍파와 노후화로 현판 전각이 파손되거나 하는 이유로 보수공사를 거치면서,본래의 섬세하고 날엽하고 구수한 맛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해 반질반질한 대리석위에 뭉퉁하고 수직적인 서채로 변형된 것이다.

시민들은 이러한 부분에서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 원형보존에 대한 고민 없이 너무 쉽게 흔적이 메워지고 사라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짚어보면 입구 현판인 ‘용문달양’(龍門達陽-해저로 들어가 뭍으로 통해지는 문)은 유력한 설로 건립 당시부터 공사를 주도해 왔던 일본인 통영읍장의 친필 휘호로 전해지고 있지만,공사 당시 우리선조들의 인명과 노동력이 희생되고 십시일반 시민모금으로 재원을 보충한 점에 대해서 온전히 보존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1932년에 건립된 ‘해저터널’의 ‘역사적 가치’는 동양 최초의 바다 밑 터널이라는 점과 당시 교통편의와 미륵도 발전의 혁신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점,또 공사기간 중 일제하에서도 하루 식대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 핍박에 반해 동맹파업으로 노동파업을 감행했던 점, 등을 들수 있다.

한 시민은 “이런 추세라면 국보 305호인 세병관 현판에 머지않아 네온싸인이 들어가겠네?”라고 빗댔다.

하성우 기자